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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석과 신세경이 주연으로 열연을 한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이 종방 되었습니다. 주말마다 재미있게 시청하시던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넷플릭스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못 챙겨보신 분들은 시간 되실 때 보실 만한 작품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글에서는 그 작품의 기획의도와 주인공 인물에 대한 간단한 소개, 그리고 작품에 대한 평가를 공유드리겠습니다.

     

    이안과 강희주가 서로 등을 맞대고 서있는 모습
    세작, 매혹된 자들 포스터

     

    세작, 매혹된 자들 기획 의도

     

    병법의 대가 손자는 세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삼군(三軍)의 일 가운데 세작보다 더 친밀한 것이 없고, 세작보다 더 은밀한 것이 없다.

     

    성스러운 지혜를 가진 자가 아니면 세작을 쓸 수 없고, 어질고 의로운 자가 아니면 세작을 부릴 수 없으며, 신묘한 자가 아니면 세작의 성과를 얻지 못한다.” 세작은 권세를 가진 자를 속여 정보를 빼내는 자를 의미합니다.

     

    속이고 훔치는 것이니,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손자는 세작과 세작을 부리는 자를 말하면서 ‘성스러우며 어질고 의로우며 신묘하다’라고 할까요? 세작의 도(道)는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해 상대를 속이고, 그 마음을 얻어 종국에는 상대의 의지마저 흔들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상대를 완전히 속이려면 그 과정에서 세작 자신도 상대만큼 흔들려야 하고, 치명적인 혼란을 겪어내야 합니다. 이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매우 흡사합니다. 남을 속이는 가장 비참한 방법으로 마음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손자도 차마 비참하다 욕하지 못한 것입니다. 세작, 매혹된 자들은 한 나라의 모든 권세를 가진 이인과,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세작이 된 여인 강희수가 대의와 명분, 사랑과 복수를 위해 서로를 속이는 치열한 암투의 이야기입니다.

     

    이는 서로의 심장을 향해 검을 겨누는 기보입니다. 이 참혹하고도 매혹적인 전투, 한판 승부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승자가 되면 과연 모두가 바라는 평온이 찾아올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차마 섣불리 내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간절한 기도로 답해봅니다. 바람이 불고 가랑비가 내릴 때, 복사꽃이 핀 나무 아래 운명의 연인과 마주 앉아 달콤한 수담을 나누는 모습을 기원합니다.

     

    인물 소개

     

    이인(조정석)

    조선의 왕 이선의 동생인 이인은 형의 죽음 이후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이는 역사에는 없는 가공의 인물이지만, 드라마 내에서의 설정을 감안하면 광해군과 소현세자, 그리고 효종의 특징을 혼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인은 청나라의 침공으로 인한 전쟁에서 직접 군사를 이끌고 싸우며, 이는 임진왜란 당시 광해군이 분조를 이끌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또한, 조선이 청에 항복하면서 청에 끌려갔다가 돌아와 자신의 형인 임금 이선과 대립하는 모습은 소현세자와 유사한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인은 즉위 후 처음 3년간 정사를 돌보지 않고 별군직 행수 주상화만 가능한 영취정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덕성군이 암살당하면서 이인은 새로운 바둑 상대를 원하게 되고, 강희수가 강몽우로 가명하여 나타나면서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됩니다.

     

    강몽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강몽우의 계획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과거의 감정을 나누게 됩니다. 이인은 강몽우를 회유하고 도모하는 세력으로부터 강몽우를 지키려고 노력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하룻밤을 함께 보냅니다.

     

    영취정에서 감정을 나누고 강몽우의 계략을 이해하는 등 과거의 일들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이인은 그동안의 냉혈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에 박종환과의 대립에서 이인은 잔인하고 냉정한 모습을 다시 드러내게 됩니다. 이후 여러 사건을 거치며 명철하게 상황을 이끌어갑니다.

     

    강희수/강몽우(신세경)

    선왕인 이선의 명으로 행했던 아버지인 영의정 강항순의 충의가 역적으로 여겨져 죄인으로 삼겨진 후 청나라로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한 강희수는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인 홍장의 죽음을 통해 왕 이인에게서 배신당하고 버림을 받은 것을 깨닫게 된다.

     

    오직 왕 이인에 대한 복수심 하나로 3년 동안을 견뎌낸다. 왕의 바둑상대를 뽑는 기대령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후, 망형 지우였고, 연모의 상대였으며 또한 복수의 대상이었던 왕 이인과 강몽우(강희수)는 3년 만에 재회한다.

     

    이후, 이인과 여러 날을 보내며 반정을 준비해 가려 하나, 오해가 해소되고 왕 이인에 대한 마음을 떼어내기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 동상궁과의 동침이 예정된 날, 일련의 사건으로 강몽우는 이인에게 정체를 드러내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청나라 예친왕의 혼인 요청으로 선왕인 이선의 딸인 장령공주가 청나라에 끌려가게 되자, 공주를 바꿔치기하는 계획에 참여하다가 이인에게 들키게 된 강몽우는 그의 분노를 사게 된다. 이후에도 여러 사건에 휩싸이면서 사랑과 의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평가

     

    강희수가 이인을 향한 복수심을 품게 된 설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생 홍랑의 죽음이나 강항순의 청나라 행이 이인에 의해 초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것으로 보이는 이인에게는 어폐가 있습니다.

     

    또한, 11회에서 청나라에 체포된 추달하가 청나라 관리의 이간계에 빠졌음을 묘사하면서 강희수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지만, 작품 속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묘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13화부터는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인공들 간의 오해들이 해소되었습니다. 작품에서는 대군의 경칭을 처음으로 올바르게 '대군 자가'로 재현하거나 퓨전 사극에서 흔히 나타나는 오류를 피하고, 일부 예법 재현 면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몇 역사적 재현이나 핍진성 면에서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평가가 있습니다.

     

    또한, 국내 영상매체들이 사극과 시대극을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드라마의 제목인 '세작'을 중국에 보내는 일로 정승이 난색을 표하는 묘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명-청에 걸쳐 정보원을 두루 활용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 후기의 분위기를 차용했지만, 전체 등장인물이 가공된 인물이며, 몇몇 역사적 사건을 앞당기거나 변형시켰습니다.

     

    작품은 초기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권신 등의 유력 세력에 맞서는 성장형 사극으로 보였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생각이 드러날 때도 설정상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또한, 갑자기 등장인물들이 흑화하거나 목적을 위해선 악이 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는 등, 선과 악이 불분명한 전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극 후반까지 이어지는 지지부진한 전개에 대한 답답한 평가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극 말미에 퍼즐조각들이 맞춰지고 권선징악의 결말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연기력 측면에서는 주, 조연들이 호연을 펼쳤으며, 특히 이인 역을 맡은 조정석은 차별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신세경은 남성과 여성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규회는 최종보스 역할을 통해 카리스마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조성하와 손현주 같은 조연들도 극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